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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1_[삭발투쟁결의문]_121일 차, 김대범(피플퍼스트 서울센터)

  • [결의문&발언문]
  • 한자협
  • 10-11
  • https://www.kcil.or.kr/post/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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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권리예산 촉구 121일 차 삭발투쟁 결의문

안녕하세요. 저는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에서 대외 협력 담당자 겸 동료상담가로 일하고 있는 김대범입니다. 저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권리옹호를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발달장애인 참정권 투쟁을 했고, 자조모임도 만들었고,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광화문에서 농성도 했습니다. 너무 많은 투쟁을 해서 기억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투쟁을 했는데도 변한 건 1도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의 권리는 제자리입니다.

올해에만 일곱 번이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제가 삭발을 하고 있는 이 삼각지역 농성장은 이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생전 겪었을 수많은 차별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죽어야 발달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갖는 이 현실이 답답하고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죽음에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사람은 1퍼센트라고 하면 조금 그렇고, 2퍼센트 밖에 없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언제나 부모나, 선생이나, 시설 관리자가 대신 합니다. 이 사람들의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이 현실도 부당하겠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목숨까지 좌지우지당하는 현실도 부당합니다. 우리는 부모와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은 희귀하고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영우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고 우리의 주변에는 차별적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실이 드라마처럼 되려면 우리의 힘만으로는 안 됩니다.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국가는 더 이상 차별을 방치하지 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더 이상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이 원하는 일을 해서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시민사회에서 장애인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또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공적 투표 보조인을 배치하고 쉬운 공보물을 만들어 주면 장애인이 정치에 참여해서 직접 자기의 삶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 투표용지가 있으면 더 많은 장애인이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거권도 보장해야 합니다. 시설과 가정 밖에서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 주어야 합니다. 지역에 있는 공동체 안에서 비장애인과 소통하며 살고 싶습니다. 원래 정책은 국가가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발달장애인들이 힘을 모아 이렇게 정책을 만들었으니 국가는 이 요구에 응답했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삼각지역을 거쳐서 출퇴근하는 노동자 여러분, ‘장애인들이 여기에서 시위하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희는 불편을 끼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차별 속에서 죽어간 발달장애인의 영혼을 추모하고,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저희를 나쁘다고 생각하기 전에 이 사실만은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자기 권리를 위해 운동할 수가 있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해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요?” 발달장애인은 무언가를 못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이 아닌, 선생님이 아닌, 비발달장애인이 아닌, 발달장애인인 우리가 직접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와 삭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차별이 블랙홀 속으로 다 빨려 들어가 영원히 사라지기를 원합니다. 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차별받는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잠시 술을 멀리하고, 더 이상 발달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공부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정부가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발달장애인도 시민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구호 외치고 끝내겠습니다.

더 이상 발달장애인을 무시하지 마라! 윤석열은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를 들어라! 정부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예산을 늘려 달라! 발달장애인 권리, 우리 힘으로 쟁취하자!


? 결의문 모아 보기: https://bit.ly/삭발결의문

? 투쟁 100일 차_133명 삭발 기록영상: https://youtu.be/UPKq2OMj5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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