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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2_[삭발투쟁결의문]_122일 차, 조은상(안산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결의문&발언문]
  • 한자협
  • 10-12
  • https://www.kcil.or.kr/post/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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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권리예산 촉구 122일 차 삭발투쟁 결의문

안녕하세요. 경기도 안산에 있는 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은상입니다.

저는 돌 무렵에 소아마비에 걸렸고 부모님은 첫 딸인 저를 치료하려고 용하다는 한의원과 병원에 업고 다니며 애를 쓰셨지만 그 후유증으로 걷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자라면서 장애가 있는 저는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지만 집에서 학교까지 이동하는 것도 어려웠고 학교 건물은 제가 가서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안 되어 있어서 결국 부모님도 포기를 하셨고, 가고 싶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부모님이 힘들지 않게 내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누구나 배워야 할 시기에 배울 수 있는 것이 권리라는 것을 말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 당시에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20대가 되도록 오로지 책 속에 파묻혀 지내면서 ‘무언가 하고 싶다.’, ‘되고 싶다.’는 생각도 못 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성당에서 만난 수녀님의 권유로 기술을 배우는 곳으로 가게 되면서 뒤늦게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기능경기대회에 나가게 되어 금메달을 따고 기능올림픽에도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술을 가지고도 휠체어를 타는 장애로는 직장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비장애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턱과 계단,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들은 저에게 너무나도 높은 장벽이었습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한다는 건 한 사람의 성인이어도 부모님에게, 형제들에게 언제까지나 의존해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렵게 구하게 된 직장에서 저 때문에 경사로를 만들고 화장실도 고치고 해서 “장애가 있어서 일을 못한다.”는 말을 들을까 봐 잦은 야근에 주말도 없이 일을 했었는데, 회사는 장애인을 더 많이 채용하고 시설을 늘려 가다가 갑자기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매일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장애인들이 많아서 그렇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애인을 고용해서 보조금을 받던 회사에서 막상 어려움이 생기면 장애인이 잘못한 것이 되고 장애인이 우선으로 그만두어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하고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것이고 장애인이 무언가를 해내면 박수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장애인이 내 이웃으로, 동료로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것에는 불편하다고 느낍니다.

요즘 지하철로 이동을 하다 보면 저를 보고 “장애인들 이만하면 살기 좋아졌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말은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당연하게 주어지는 이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노동할 권리, 헌법에도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 장애가 있으면 더 이상 권리가 아닌 혜택이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살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돈으로 따져서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T4는 80년 전에 있었던 나치의 잔혹한 프로그램이었고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와는, 우리 모두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가요? 장애인만의 문제인가요?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학교에 가는 시민 여러분의 일상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장애인도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시민입니다. 장애인권리예산은 비용 문제가 아닌 시민의 권리이고 우리 모두의 권리입니다. 120명이 넘는 장애인 동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서 삭발을 했습니다. 저는 짧은 머리가 편해서 머리를 길러 본 적은 별로 없지만, 삭발은 전혀 해 본 적이 없어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제 마음이 부끄럽지 않고 싶어서 이 자리에 온 것 같습니다.

얼마 있으면 수능을 보는 딸아이에게 엄마가 삭발을 할 거라는 말을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망설였는데, 항상 미안한 엄마가 아니라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서”라고 말해 주려고 합니다.


? 결의문 모아 보기: https://bit.ly/삭발결의문

? 투쟁 100일 차_133명 삭발 기록영상: https://youtu.be/UPKq2OMj5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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