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자

200224_성명서_죽고 나서야 폐쇄병동을 나온 이들을 애도하며 - 청도대남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집단수용시설의 본질을 묻다

  • [보도&성명]
  • kcil
  • 03-12
  • https://www.kcil.or.kr/post/96

성명서SNS결개.jpg

 

 

 

성명서

죽고 나서야 폐쇄병동을 나온 이들을 애도하며

- 청도대남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집단수용시설의 본질을 묻다

 

코로나19,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최악의 집단감염 사태 발생

24일 오후 6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8명으로 늘었다. 이 중 6명은 모두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해있던 정신장애인 입원자이다. 병원 내 바이러스 최초 유입경로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는 가운데, 폐쇄병동 입원자의 경우 전체 102명 중 10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실상 전원 감염이다. 이미 2번째 사망자가 지난 11일 경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병원 측은 192명의 입원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일의 기간 동안, 병동 내 입원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우리는 코로나19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이 폐쇄병동 입원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 얼마나 폭력적인 재앙을 불러오는지, 지역사회 의료시스템이 집단격리수용 시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격리된 공간 폐쇄병동, 그곳에 사람이 있다.

국내 첫 사망자 역시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했다. 그가 왜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아야 했는지, 왜 사망 당시 그의 몸무게가 42kg밖에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의 국내 첫 감염자로, 악화하는 상황 속 슈퍼 전파지의 첫 사망자로만 불렸을 뿐이다. 첫 번째 사망자의 지난 20년 장기입원생활의 끝은 바이러스 감염 사망이었다. 우리는 다시금 한국 사회에서 폐쇄병동에 수용된 정신장애인 인권의 현실을 깨닫는다. 철저히 고립된 폐쇄병동에서의 시간이, 이들에게 정말 치료의 시간이었을까. 병원은 청도군 화양읍 동네 속에 있었지만, 폐쇄병동 입원자들은 병동 밖을 자유롭게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문은 하루일과가 끝나면 밖에서만 잠겼을 것이고, 외부에서 누군가 열지 않는 이상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병원 근처 동네 마트, 골목길의 상가들, 길 건너 위치한 빌라촌, 병원 바로 앞에 있던 약국조차 이들과는 다른 세계에 속했다.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된 집단수용 시스템은 여전히 견고하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조현병 환자의 정신병원 평균 재원기간은 2016년 기준 50일인데 반해, 우리나라 평균 재원기간은 303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재원기간이 215일로 약간 감소했지만, 입원환자 수에는 변화가 없다. 원하지 않는(비자의=강제)입원율 역시 37.1%에 달한다. 오히려 선진국이 입원병상을 줄여 지역사회로 전환하는 추세인데 반해 한국은 병상은 늘고 있다. 법 개정 이후에도, 정신병원 입원자들은 철저히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폐쇄병동 집단감염 사태를 돌아보며 - 완전한 탈원화 대책만이 대안이다

지난 한 달간 외출도, 면회기록도 한번 없었다던 그들에게 찾아온 것이 죽음까지 이르게 한 신종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애통하다. 만약 폐쇄병동에 입원된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았더라면. 그래서 동네 가까운 병원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지역사회 통합된 환경에서 적절한 건강상태 점검과 신속한 조치를 받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초유의 집단감염 사태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 집단감염 사태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단지 확인되지 않은 우연한 유입경로로 인해 벌어진 비극으로만 다뤄지지 않기를 바란다. 바이러스가 폐쇄병동 울타리를 넘지 않도록 코호트 격리가 시행된 지금, 우리는 앞으로 폐쇄된 문을 더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이유로 존재 자체를 추방하는 집단격리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 강력한 탈원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폐쇄병동에 집단수용해왔던 사회의 폭력을 함께 성찰해야 한다.

 

폐쇄병동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또다시 코호트 격리라는 고립과 싸우고 있는 입원자분들, 그리고 의료진, 직원 분들의 안위를 빈다. 또한 죽고 나서야 폐쇄병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부디 그곳에서는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을 거두고 존엄한 한 사람으로, 소중한 당신의 이름으로 불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20. 2.24.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기타 ⭐️ 교육 신청은 여기로 ⭐️ 한자협 09-13 4,369
73 보도&성명 200826_[성명] 국가인권위의 정치인의 장애인비하발언 재발방지 권고결정 늦었지만 적극 환영한다. kcil 08-28 3,139
72 보도&성명 200821_[보도자료]1842일 광화문 지하도 농성 8주년 기자회견 kcil 08-28 2,832
71 보도&성명 200813_[성명]정부는 장애인건강권법 실효성 확보하여 장애인의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 - 대한의사협회는 … kcil 08-13 3,106
70 보도&성명 200813_[보도자료]의사협회 파업 반대! 공공의료, 장애인주치의 강화 촉구 기자회견 kcil 08-13 2,917
69 보도&성명 200806_[보도자료]장애인 활동지원 산정특례 보전자 대책 마련 촉구 및 밧줄 매기 투쟁 선포 기자회견 kcil 08-12 2,973
68 보도&성명 200805_[성명서] 절름발이는 논쟁의 여지조차 없는 명백한 장애인 혐오 표현이다. - 21대 국회는 장애… kcil 08-06 3,022
67 보도&성명 200717_[성명]서철모 화성시장의 '화성시 장애인 활동지원사업과 관련한 입장'에 대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 kcil 08-03 3,080
66 보도&성명 200716_[성명]시설운영자가 인권침해를 감시한다?!-권익옹호기관의 역할도 제대로 모르는 울산광역시는 장애… kcil 08-03 3,047
65 보도&성명 200716_[보도자료] “장애인 생존권인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한만큼 보장하라!” 중증장애인 활동지원권리 무… kcil 08-03 3,089
64 보도&성명 200715_[보도자료]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kcil 08-03 3,031
63 보도&성명 200714_[성명]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 환영,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을 기다린다! kcil 08-03 3,006
62 보도&성명 200706_[성명]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합니다. kcil 07-13 3,380
61 보도&성명 200701_[보도자료]‘장애인 목숨도 소중하다!’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1년 규탄 및 전동(前動)행진 kcil 07-06 3,351
60 보도&성명 200629_[성명서] 장애인 예산 감액 편성한 3차 추경 예산안 벼룩의 간까지 빼먹으려는 정부를 규탄한다! kcil 07-06 3,538
59 보도&성명 200619_[보도자료]_서울시 장애인 평생교육 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 kcil 06-19 3,931
58 보도&성명 200618_[보도자료]_"장애인거주시설 기능개편은 탈시설이 아니다!"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를 보장하… kcil 06-17 4,454
57 보도&성명 200611_[보도자료]_故 김재순 장애인노동자 사회적 타살 30년 장애인일자리 정책 사망 규탄 중대재해기업… kcil 06-11 4,171
56 보도&성명 200604_[보도자료]_국무조정실 장애인 고용장려금 고시개정 지시 규탄 기자회견 kcil 06-11 4,131
55 보도&성명 200602_[성명]_고용노동부는 중증지적장애인 노동자 김재순 죽음에 대하여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kcil 06-02 4,300
54 보도&성명 200524_[성명서]_<나눔의 집>은 각종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고 당국은 책임있게 문제 해결에 나서라! kcil 05-25 4,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