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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2_[삭발투쟁결의문]_134일 차, 최규정(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결의문&발언문]
  • 한자협
  • 11-22
  • https://www.kcil.or.kr/post/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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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권리예산 촉구 134일 차 삭발투쟁 결의문

안녕하세요,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규정입니다.

저는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의사의 선고에도 저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토닥이고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장애는 단순히 건강한 육체만 잃는 게 아니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높은 벽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기에 이 사회는 너무나도 열악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심각했고, 장애인으로서의 삶은 그야말로 처절했습니다.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신감을 잃은 저는 극히 소심한 성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움츠러질 수밖에 없었고, 오래도록 은둔 생활을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 떨리는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정부의 복지 정책이 거꾸로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제 규모에서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자랑하는 한국은 장애인권리예산을 동결하고 삭감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할 의지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시설에 갇혀 지내며 문밖의 세상을 그리워하다 세상을 떠나는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탈시설해 자유로운 지역사회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으며 완전히 자립할 수 있어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내년이면 저는 60세가 됩니다. 그런데 65세부터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됩니다. 65세가 되면 장애가 사라집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활동지원이 필요합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으로는 우리의 일상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현실도 여전히 열악합니다. 동료들의 수많은 희생이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많지도 않은 저상버스를 그나마 타려고 해도 기사와 승객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장애인콜택시는 운전원 인건비가 예산으로 확보되지 않아 보유 차량을 다 운행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기 시간이 들쭉날쭉하고 길게는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니 약속을 잡기도 어렵습니다.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한두 정거장 더 가서 내릴 때가 많습니다. 시외‧고속버스는 거의 이용이 불가능합니다. 전국에 있는 시외버스 중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버스가 서울-당진 노선의 단 2대뿐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데도 정부는 장애인들이 열악한 교통수단에 맞춰 살아가라면서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이동권을 외치는 우리의 21년 외침에도 꼼짝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저상버스를 100% 도입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우리가 어디든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장애인들의 삶이 예산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장애인 동료 여러분, 살아가시느라, 살아 내시느라 정말 애쓰십니다.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비장애인과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봅시다. 감사합니다.


? 결의문 모아 보기: https://bit.ly/삭발결의문
✅ 한자협 19주년기념 영상 링크: https://youtu.be/rjB4SQYs5b4
? 투쟁 100일 차_133명 삭발 기록영상: https://youtu.be/UPKq2OMj5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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